4월1일,
서울에서 어머니와 둘째형이 올라오셨다. 형의 휴가를 받아 속초에 놀러 가기로 했다나..
어머니는 내심 막내인 어리버리까지 데리고 갈 욕심으로 같이 가자고 구박(?)하셨고 어리버리는 계속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끌려가는 척 하며 따라나서기로 했다.
사실 동해안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마음이 끌리기는 했나 보다. ㅎㅎㅎ
아무튼 그렇게 내일 출발하기로 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내일이면 바로 동해로 간다... 괜히 기분이 좋다..
4월 2일.
아침 일찍 형의 차에 갖가지 준비물을 싣고 빠진 게 없나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내 준비물은 처음으로 야외 촬영을
할 디지털 카메라(CASIO QV-2300 - 나의 첫 디카.. ㅠ.ㅠ)와형의 노트북 (이건 밖에서의 업무대신과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확인할 요량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집에 있던 자동 카메라..(물론 디지털카메라에 눌려 필름 한 번
끼워보지 못했다.. -_-;;) 이게 전부였다..
자.. 출발!!
출발한 지 한 시간 채 되지 않아 어느새 서울을 벗어나고 있었고 강릉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시원스럽게 질주하고
있었다.
아직 피서철이 아니라서 그런가..?
너무나도 한산했던 고속도로.. 서울에서 광주가는 호남고속도로도 평일에는 가끔 막히기도 하는데 이곳은 피서철에만 자주
막히나 보다.. 아무튼 차가 없으니 정말 시원하게 뻥뻥 뚫렸다..
어느새 도착한 대관령 휴게소..
여기서부터 강원도란다... 아.. 대관령 휴게소.. 어렸을 때 TV에서 자주 나오던 그 소들이 풀뜯고 있는 평화로운
곳인가..? ^^ 하고 소들을 찾아볼려고 했지만 젖소는 고사하고 왠 고속도로 뿐이었다.. 형한테 물어봤더니 대관령
목장은 태백으로 가야한댄다... -_-;; 우째 그런 일이..
아무튼
차문을 열고 나오자... 으악... 뭐야.. -0-;;
엄청난 바람이었다.. 봄을 무색케하는 돌풍이 불어닥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 강원도에 발을 내딘 나에게 이렇게
환영메시지를 전하다니.. 짜증도 잠시.. 눈도 뜰 수 없을만큼의 돌풍에 어리버리와 형과 어머니는 급히 뛰어서 겨우
휴게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휴게소에는 수학여행 온 여고생들도 많았는데 그쪽 분위기도 난리가 아니었다.. -_-;; 왠 호들갑을 그렇게..
휴게소를 나와서 좀 더 가자 '강원도 강릉시'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보인다. 아.. 벌써 강원도인가.. -_-;;
되게 허무하네..
이런 생각도 잠시. 곧바로 멀미가 날 듯한 급경사 길과 급커브 길이 나타나고 형은 바싹 긴장하며 운전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어리버리는 난생처음 보는 바깥풍경에 감동의 눈물만 쥘쥘 흘리고 말았다... ㅠ.ㅠ 아... 강원도의 비경이여...
운해가 자욱하게 낀 태백산맥의 모습이 장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제 곧 대관령 고갯길을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개장된다니 이런 장관도 더이상 보기 힘들 것이다.. 많이 봐둬야징..헐헐
그렇게 대관령 고갯길을 넘고 조금 달리다 보니 강릉에 도착했다. 금방이군.. ^^
회사 팀장님이 강릉에 가면 객사문과 오죽헌을 꼭 보라고 하셨는데 우리의 목적지는 속초가 아닌가... 강릉도 아쉽긴
했지만 우선 속초의 콘도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빨리 출발해야만 했다.
결국 강릉은 구경도 못하고 곧바로 속초행.. -_-;; 아쉽고나... 하지만 다음에 또 오리라 생각을 하고 차 안에서
바깥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봤다.
처음이라 그런지 내륙지방과는 다른 생소한 바닷가 풍경이 계속됐고 어리버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욕구로 인하여 어머니와
형에게 사진이나 찍자고 졸라댔다. 좀 어두워지긴 했지만 정말 멋있었다..!! ^^*
저녁
7시 쯤 됐을까...
속초에서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 드디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형이 근무하던 한전 사원전용 콘도.. 형이 이번에 신청을 해서 뽑힌 거란다... ^^ 그럼 내년에도 또 갈
수 있겠네.. ㅋㅋㅋ
아무튼 기업차원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시설이 정말 좋았다. 고급 샤워시설이 딸려있는 건 기본이고 경치좋은 발코니에
피서철이 아니기에 가능했던 한적함... 그리고 조용히 잡지를 보여 앉아있을 수 있는 로비... 운동시설... 200원
밖에 안하는 DDR까지.. 모든게 맘에 들었다.. ^^
또 여기서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댄다... 식사 자체가 아니라 식사를 할 수 있는 쿠폰이라는 데.. 이것은 속초 시내에
있는 많은 지정식당에서 가능하다고 하길래 내일 그것으로 회를 사먹기로 했다.
동해에 왔으니 당연히 회를 먹으러 가야 하는것 아닌감?
아무튼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속초관광 할 생각을 하니 설레임에 기분이 좋았다.. 후훗... ^^
4월 3일.
오늘은
본격적으로 속초 관광이다. 형의 차를 타고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첫 목적지는 어디로 할 까.. 지도를 보고 교통 표지판을 보던 중 눈이 휘둥그래질만한 것이 눈에 띄였다.
' 가을동화 촬영지' 아니.. 속초 시내에 이런 곳이? 알고 봤더니 가을동화에서 은서의 집으로 나왔던 아바이 마을이
있는 곳이랜다... 그래.. 첫 목적지는 저기로 하자!! 그랬더니 어머니가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신다. 가을동화 촬영지라고
했더니 어머니도 왠지 알고 있는 듯한 눈치... 아니..?
나도 보지못한 가을동화를 어머니가 보셨단 말인가..? ^^; (난 실제로 가을동화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ㅋㅋㅋ)
꾸불 꾸불한 기을 조금 가다 보니 어느새 아바이 마을이 나타났다. 지도상에서는 아바이 마을이 청초호의 끄트머리에
있는 마을로 아주 가까운 앞마을과 보트를 통해 건너가곤 한다. 이 보트를 타기 위해선 얼마를 내야 한다고 하는데 차를
세워두고 와서 막상 타보지는 못했다.... 그보다는 아바이 마을 뒤에 있는 넓은 해안가가 맘에 들었다..
쭉
뻗은 백사장과 함께 펼쳐져 있는 푸른바다... 아... 너무 좋았다... ^^ 여름철에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하느라
구경도 제대로 못할텐데...
봄바다가 이렇게 좋을줄은.. ^_^ 속초에 따라온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앉아서 컴퓨터만 하고 있었다면 이런 감동을 느껴보기라도 했을까..!! 게다가 오늘 이 경험으로 인해 어리버리는
여행사진(?)이라는 특이한 장르에 서서히 눈을 떠가고 있었다... -_-;; (돈 깨지는 지름길인데... 흑..)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시내 외곽에 있던 '해양 엑스포 전시관'(맞나? -_-;;) 아무튼 높은 탑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처음에는 입장료를 낸다니 안들어간다고 우기시는 어머니...
결국은 어리버리가 입장료를 내기로 하고서야 올라가셨다. 왠지 어머니의 작전에 말려든 느낌이었다.. -_-;
하지만 전망대에 올라가고 나이 이런 생각이 싹 바뀌었다.. 넓은 동해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이고 한적한 속초시내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비로소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멋지군.. ^^
게다가 멀리 보이는 설악산과 그 중간에 있던 울산바위 까지 한 눈에 들어오니 말로 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은 것 같다... 어머니가 늙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니 아직 할머니 되기엔
멀었나 보다.. ^m^
차를 돌려 다음으로 간 곳은 바로 '동명항'이었다. 대포항과 더불어 속초의 2대항이라는 데 청간정과 방파제 끝에
있는 등대가 아주 유명한 곳이다.. ^^ 한 줄로 늘여서 있는 포장마차 횟집을 지나가면서 방파제를 걷다보니 이런게
바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원래 사람이 많은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모임이 있을 때도 사람이 아무 많으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더구나
예전에 여자친구가 있을 때는 여자친구가 친구를 데려오면 싫은 기색까지 하곤 했었다..
이런 나에게 이렇게 딱 어울리는 곳이 어디있겠는가...! ^^ 비수기라서 그런 탓도 있었지만 이렇게 인식된 속초의
모습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다음에도 시간이 된다면.. 꼭 혼자서 속초에 오겠노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동명항 근처를 구경하다 보니 정말 시간이 훌쩍 지나는 것 같았다.. 벌써 점심시간을 지났어도
한참을 지나지 않았는가.. 하지만 어머니는 근처에 생선마트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결국은 어느 해산물 센터에 들어가더니
물건을 고르신다... -_-; 형과 나는 어머니가 흥정하는 걸 지켜보면서... 이리 저리 횟집에 갇혀있는 생선들 구경이나
하고... 신기하게 생긴 물고기 사진이나 찍고.. -_-;; 그렇게 한시간이나 보냈다.. 정말 배고팠다... 우...
ㅠ.ㅠ
그렇게 고생을 하고서야 겨우 점심을 먹을 수 있었는데... 속초의 횟집은 정말 싸다.. 감동적으로 쓰끼다시도 많이
주고 가격도 아주 좋았다.. ^_^
점심을 먹고 나니 어느새 느즈막한 오후다. 아직 볼 곳이 몇군데 남아있는데.. 급한 마음을 추스르며 영랑호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영랑호는 청초호와 더불어 속초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라 할 수 있는데 이 곳에 가면 속초8경(관동8경이
아님! -_-)중에 하나인 범바위를 볼 수 있댄다.. ^_^
차를
몰아 영랑호에 도착하니 누가 비수기 아니랄까봐.. -_-;;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로 사람이 없냠.. --;; (난 물론 이럴 때가 가장 좋다.. ^-^)
영랑호 근처에 길가에 차를 세워두어도 견인해 가지도 않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우선 범바위를 보러 간다. 범바위는
속초 8경 중에 하나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하면 엄청나게 큰 돌덩이다.. -_-
좋게 말하면 엄청나게 크고.. 안좋은 표현을 쓰자면 무식하게 크다 -0- 사람들은 이 바위가 호랑이를 닮았다고 해서
범바위라고 이름 붙였다는데 난 도저히 모르겠다.. 이게 호랑이를 닮은 건지.. 너무 커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으니까..
썰렁하게 크기만 한 범바위를 보고 난 후에 차를 타고 영랑호를 돌기로 했다.
그 옛날 신라시대에 화랑이었던 영랑이 너무 경치가 좋아서 3일동안 놀고 갔다는 곳이라는데 내 생각에는...?
별로였다.. -_-a 썰렁하게 호수 하나 덩그러니 있고.. 특별히 경치가 좋은 것도 아니고.. 그냥 차를 타고 한바퀴
돌고 보니 그게 끝이었다.
차라리
난 일산의 호수공원을 추천하는 바이다.. -_-a (이거 쓰고 속초에서 항의 받지는 않을련지..? ^^;;)
영랑호를 돌다가 아주 신기한 걸 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범바위였다. 아까 범바위가 영랑호 옆에 붙어있다는 말을 했겠지..?
-_-+ 암튼 차를 타고 영랑호를 돌다보니 옆으로 범바위가 크게 보였다..
그런데.. 그런데..
오옷..~~ 저것은 호랑이 모양~~ ^o^)/
그렇다.. 범바위는 멀리 영랑호에서 바라보면 어느새 호랑이 모양으로 변하는 것이였다.. (놀라운 발견을 한 어리버리..
-_-)v 그렇게 썰렁한 발견만 한 채 영랑호를 나오게 되었다.
자.. 이제 어디를 갈까..?
어느덧 시간은 4시를 가리키고... 마지막 코스로 설악산에 가서 케이블 카를 타기로 했다.
케이블 카라.. 내가 설악산에 갔던 적은 단 한번 뿐이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비선대까지 올라갔었지 아마..
^^.. 케이블 카를 타고 가면 상당히 높이 올라갈 수 있댄다.. 오홋.. 기대 만땅..~ ^o^
하지만.. -_-; 이게 무슨 조화였을꼬.. 지금까지 운전을 잘하던 형이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지도를 보고
물어보고 물어봐도 같은 길만 빙글 빙글..
속초가 그렇게 넓은 줄은 처음 알았다는 우리 형.. -_-;; 한시간동안 시내를 헤매면 어떻해...
결국 시내를 헤매다가 시간을 다 보내게 되었고.. 설악산은 아쉽지만 접기로 했다.. 갔다오면 7~8시 다 된다는 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대신 일찍 콘도로 돌아갔다.
좀 일찍 돌아가다 보니 심심해서인지 콘도 주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는데 콘도측에서 운영중인 미니동물원(?)을 볼
수 있었다. 말이 미니 동물원이지 있을만한 동물은 다 있었다.. -_-;
개, 사슴, 오리, 원숭이, 비둘기 등등.. (잘 기억이 안나는 어리버리.. -"-a) 동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원래
계획은 내일 강릉으로 가는 길에 낙산사와 강릉을 구경하기로 했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마지막 날 관광을 허락하지
않았다..ㅠ.ㅠ 내일 업무가 있기 때문에... 흑...
결국은 어머니와 형만을 콘도에 남겨둔 채 나혼자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몇몇 사진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차에 올라탔다.
두꺼운 카메라와 함께 삼각대를 짊어지고 멋진 곳을 찾아 떠나는 모습..
갑자기 이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게 바로 젊음 아닐까.. 나도 저 속에 동화되고 싶다.. -.ㅜ
언젠간 넓게 펼쳐진 절벽위에 홀로 서서 셔터를 눌러대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스르르 눈이 감기고 있었다..
2001년의 첫 여행이자 첫 동해안 여행이었던 속초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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