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의 시작. 모처럼 4박5일간의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그동안 바쁜 회사업무 때문에 휴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차에 마침 부산국제영화제를 한다고 하기에 부산을 들르는 일정으로 휴가계획을 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얻은 휴가에 부산만 달랑 다녀올 수 있으랴.... 저번 여름에 계획만 하고 다녀오지 못했던 다른곳도 둘러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다...
또 역마살이 도진 것이다.. -_-a
암튼.. 출발하기로 한 오늘만큼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리라 다짐했건만... 그 무수한 자명종의 울음소리를 뒤로한채 두시간이 더 자고 말았다.

눈 떠보니 이미 오전 8시였다. -_-
인간시계 어리버리.. 맨날 지각하는 시간에 또 일어난 것이다... 첫날 목표로 한 영월행 기차가 오전8시... 이미 첫기차는 물건너 가버렸고... 더구나 아침에 그 복잡한 출근시간에 겹칠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한시간 더 늦게가지 머.. ^-^; 그렇게 생각하고 10시 즈음에 지하철을 탔는데..이게 왠일?@.@ 오히려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알고보니 오늘이 대입수능시험 날이었다.. -_-; 그래서 10시 출근자들이 우루루...
겨우 겨우 지하철을 타고 2호선 신당역으로 갔다. 왜 신당역이냐고?
후후.. 사실 어제 인터넷에서 사진 자료를 찾던 중에 천체사진에 대한 글을 봤었다...
어리버리 曰 “바로 이거야!! -0-)/”
디지털사진의 한계를 벗어나 천체사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천체사진에 적당한 수동카메라를 찾아야지~~~ 처음에 염두에 둔 카메라는 미놀타 계열이었다. 마음같아선 니콘 FM-2같은 물건(!)을 사고 싶었지만 고놈은 너무 비싸다.... 흐미.. =.= 기계식 벌브셔터 기능이 되는 몇가지 모델을 두고 비교를 해 본 결과 미놀타 XD계열이 가장 싸고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격도 기껏해봐야 10만원이란다. ^_^..

하지만... 명품은 원래 찾기 어려운 것일까... 황학동 벼룩시장을 샅샅히 뒤지는 어리버리의 날카로운(?) 눈매 앞에 아무래도 XD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미놀타 X-300이 가끔 보일 정도였다.

“아저씨 저거 얼마예요? -.-a"
"뭐..? X-300? 그거 15만원만 줘~~ ^^”

크헥... 15만원이 누구 애 이름인가... ㅠ.ㅠ 그렇게 한시간을 뒤지고 다녔을까... 어느 카메라 가게에서 구경하다가 지친 어리버리는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아저씨.. 10만원 아래로 좋은 수동카메라 없을까요?”
“음.. 어디보자.. 이거 어때?”

이건 뭐지..? -_-? 야시카 FX-3? 야시카라는 메이커는 일본 교세라 그룹에서 나오는 저가형 브랜드이다.. 중형급에서는 알아주지만 보급형에서는 콘탁스 계열의 칼짜이스 렌즈를 쓸 수 있다는 이점 하나만으로 강력히 어필하던 제품군이었다..(사실.. 이게 가장 주효한 이유이기도 하다.. 비싼 콘탁스 바디 대신 싸구려 플라스틱 바디에 칼짜이스 렌즈를 끼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
암튼 천천히 기계를 살펴보았다. 조리개 우선 모드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AEL같은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되는 것은 딱 하나! 노출계 뿐이다.... 크헉.. -,.-;;
그렇지만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었다... 우선 B셔터가 기계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천체사진이 적합한 것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_-;; 바로.. 셔터가 금속 셔터막이었다... 여러장의 커튼처럼 씌워진 철제셔터라... 셔터를 눌러봤다.

“철커덕”

흐미.... 셔터음이 장난 아니다..^o^;; 철제셔터만의 묵직한 셔텨음...이건 감동이었다..ㅠ.ㅠ
얼마냐고 물어보니 9만원이랜다... 즉시 작업 들어갔다.. 깎고.. 깎고.. 또 깎고.. 릴리스도 공짜로 하나 받고 필름도 하나 받았다.
8만원에 야시카 FX-3라.. 그것도 야시카 F2.0렌즈다.. F1.4가 아닌... -_-; 그렇게 잘 산건 아니였지만 시간에 쫓기기도 했고.. 날씨도 보통 추운게 아니라서 빨리 사고 나와버렸다.

카메라가 나빠도 잘만 찍으면 된다라는 생각이었다... ^^;;(렌즈는 부산 국제시장에 가서 따로 구해볼 생각중이다.. ^^ 혹시 칼짜이스 렌즈를 헐값에? ㅋㅋㅋ)

황학동에서 버스타고 청량리로..
기차를 보니 12시 강릉행 기차가 있었다. 그걸 타면 3시반 정도에 영월역에 도착한댄다..

그래.. 이걸 타자.. 그리고 영월에서 내려서 동강으로 가는거야!! ^o^)/

지금은 미리 말하진 않지만 어쨌든 이 계획은 산산조각 난다.... -_- 계속 읽으면 그 이유가...
강릉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썰렁했지만 군데군데 좌석엔 사람이 몇몇 앉아있었다. 아마 정동진에 가는 사람들이리라.. (나중에 알고보니 이 중 절반은 태백에 카지노에 가는 길이랜다.. 흐미.. ^^; -->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었던 주부 도박단의 대화중에..)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눈에 익은듯한 길을 달린다. 예전에 타고 갔던 경춘선은 다양한 경치와 호수가 참 보기 좋았는데 이번엔 그게 아니다. 맨날 계속 같은 길만 달리는 기분이다.. 안좋은 말로 하면 우리나라 풍경은 특색이 없는건가... -.-; 그래도 가까이로 보이는 산들에 울긋불긋 단풍과 낙엽이 엄청나다.. 마치 물감을 뿌려놓은 듯..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다 지쳐서 음악도 들어보고... 신문도 펼쳐서 읽어보고...잠도 자보고... 리브꺼내서 만화도 보고.. ^,.^;

드디어 영월 도착!!

시간을 보니 예정시간보다 20분 늦은 3시 50분이었다.. 중간에 연착됐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건만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역앞 수퍼마켓에 버스시간을 물어보고야 사태가 파악되는 것이었다.. -_-; 영월읍에서 동강의 시작인 거운리,문산리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단 세편이 다닌댄다..

오전,3시반,6시.... -_-

헉.... 기차가 연착되는 바람에 3시 반 것을 못타다니... ㅠ.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피해가 너무 컸다... 6시까지 기다려 버스를 타자니 2시간 기다리는게 장난이 아니다. -_-; 더구나 여긴 산간지방이라서 밤도 일찍 찾아올텐데... 6시면 완전 한밤중이잖앗..! 고민 열라하는 어리버리... -_-;;
결국 거운리까지 택시타기로 했다. 15000원 달라는 거 사정사정해서 겨우 만원으로 깎았다... 여자들이 써놓은 여행기 읽어보면 사람들이 말 안해도 잘 깎아준다는데... 남자 혼자 여행다니기에는 너무 척박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ㅠ.ㅠ(앞으로도 계속 깎는 장면 나온다... 기대하시라...~!)

여차저차해서 거운리까지 택시로 도착. 택시기사아저씨는 다음부터 동강에 올때는 차를 가지고 오랜다... 안가져오면 쌩고생이라나? -_-;; 내가 봐도 그렇다...
하루에 딱 세편 다니는 버스를 무슨 재주로 타고 다녀... 크흑.... ㅠ.ㅠ 게다가 동강도 차가 갈 수 있는 구간이 있고 못가는 구간이 있는데 차만 가지고 다녀도 걸어서 다니는 것보다 배로 많은 걸 볼 수 있댄다...
모두들 참고하시길.... ^^(참고로 동강 옆에 있는 산에는 천문대가 하나 있는데 입장도 공짜고 천문대까지 길이 나있다고 하네요... 진정한 별사진을 찍고 싶으시다면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 ^^ 전 택시로 갈려고 했더니 2만원 달라고 해서.. 크흑...)

암튼 겨우 거운리까지 도착한 어리버리... 처음 본 풍경은 포크레인이 무자비하게 땅을 파고있는 장면이었다... -_-; 내년 여름 시즌을 위해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거참 조금만 볼만하다 싶으면 휘리릭~~ 휴양시설 짓어버리는 게 본래의 거운리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딜 가든지 열심히 원목으로 된 방갈로 공사중이었다.. -_-;;
한편 그 옆길로는 개발이 안된 처량한 초가집 몇채가 있어서 더욱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는 듯 했다...

이런 저런 생각도중에 민박집이 많이 있는 듯 해서 우선 민박집을 잡기로 했다.. 이거 원 짐이 너무 무거워서 제대로 움직이기도 버거웠다.. (4박5일간 다닐 가방에다가 카메라2대, 삼각대, 노트북까지 들고 다녔으니 그 무게가 오죽하랴...!! 옷은 반팔 티셔츠 딱 한 벌이었음... -_-;;)
어느 수퍼마켓 민박집.. 방 있냐고 물어보니 2만원 달랜다... -_-;;
역시.. 또 깎았다... -_-; 15000원에 방 잡았다.. 만원에도 해줄 것 같은 기색이었는데.. 비굴해지지 않기로 했다.. -_-)v 항상 이렇게 돈을 깎다보니 버릇이 된 듯 싶다... -_-;; 오늘마 벌써 세 번이나 돈을 깎다니.. 내일은 더 깎아주리라..~~!!
가방을 민박집에 내려놓고 카메라만 덜렁 들고 마을로 나왔다. 여전히 어귀는 열심히 공사중이고.. 그 뒤로는 마을의 입구인 커다란 다리가 있었다.(다리 이름은 몰라요.. ^^)
다리 밑으로 내려가봤다. 5시 정도 되어서인지 어둠이 약간 깔린 하늘을 배경으로 웅장한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

... 잠시간의 침묵....

“아... 띠바 졸라 좋구나...!!!” @.@;; --> 토 한마디 안빠뜨리고 꼭 이렇게 말했음... -,.-;;

한쪽으로는 병풍처럼 생긴 산들이 한쪽강을 받치고 있었고 한쪽은 자갈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는 맑은 강물이 촤아아아아.... ^^

그리고 더욱 맘에 들었던 점은...

그 넓고 그림같은 강가에 나 혼자 있다는 것이다..!!!
모든게 다 내것 같았다.. !! ㅠ.ㅠ

멍하니 있을필요 있나.. 열심히 셔터 눌러댔다.. 처음으로 필카도 꺼내서 몇장 찍어줬다.
웅장한 경관 앞에서 울려퍼지는 나만의 소리... 련뗑였�~‘ 크... 좋다..!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다 보니 어느새 하늘도 어둑어둑해지고 날씨도 추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몸은 꽁꽁 얼어있었지만 이제야 감각이 돌아오는 건지도... -,.-;;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와 이불속에 들어가 누워있었다...

“휴... 따뜻하네...”
“좋군아..” (-ㅅ-;;) --> 땀 흘리는 중... 방이 무척 덥다..

하얀 천장을 계속 보고 있자니...
어느샌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괜히 드는 생각으로는 이런 목적없는 여행(?)을 계속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든다..
암튼.. 뭐랄까... 표현할 수 없는 기분...
외로움.. 슬픔... 기쁨... 감동... 그리움... 이런 감정들이 차례로 적시고 지나가는 기분이다..

눈을 한번 깜빡이면 누군가가 그리워 지고.. 다시 눈을 한번 깜빡이면 어머니가 해주시는 따뜻한 밥 한그릇도 생각나고.. 또 눈을 깜빡이면 어느새 생생하게 펼쳐지는 자연의 모습이 보이고...

예전에 춘천에 홀로 여행을 다녀왔을 때 친구는 말하기를..
‘혼자서 가는 여행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복잡하고 목표도 뚜렷하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 역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내일도 계속해서 걷고...타고.... 깎을(?) 것이다.. -,.-;;
언젠가 나 자신을 찾게 될 그날을 위해...

“꼬르륵...”

-_-;;

아차.. 생각해 보니 밥을 안먹었다..
오늘 먹은거라곤 기차안에서 먹었돈 김밥 한줄이 전부였다...
배고픈줄도 모르고 뛰어다녔다니.. -,.-;; 역시 어리버리.. 암튼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민박집 수퍼마켓으로 나왔다.. 컵라면 하나에 참치 한통, 주인 아줌마가 특별히 준 김치 한접시.... ㅠ.ㅠ 아.. 눈물이 쏟아진다.. 김치 한접시에 이렇게 목맬줄이야... 크흑...

배고플때 라면 한사발 --> 죽음이다.. o(T^T)o 감동...

하늘을 보니 7시인데 완전 새벽하늘이다.. -.-;; 이렇게 어둡다니.. 헐...
더불어.. 밤하늘의 별도 엄청났다.. ^^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 천체사진 촬영의 시간이 왔어요~~
야시카 카메라의 조리개 상태와 릴리스, 초점 등을 확인하고 주섬 주섬 챙겼다. 천체사진 촬영시에는 주변이 너무 어둡기 때문에 조리개라든지.. 초점 상태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리버리는 불도 안가지고 다닌다는.. -.-;;
디지털카메라는 물론 다르다.. ^^ 카메라 자체가 LCD가 달렸기 때문에 쉽게 세팅할 수 있다..

필카와 디카 두개, 삼각대를 들고 마을 어귀로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불빛들이 있었다.. 가로등이 절묘한 위치로 하나씩 있어서 잡광이 들어오는 것이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걷다 보니 좀 어두워 진다 싶더니 다시 가로등이 나온다.. 헉.. 다른 마을 입구까지 오다니.. -.=;;
할 수 없이 아까 그 마을 입구의 다리로 돌아왔다.
다리가 그나마 가로등이 가장 멀고 잡광이 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 캡을 열고!! 카메라를 하늘로 향해 치켜세웠다.

“자.. 구도를 잡아볼까요..? ^^”

헉.. 예상치 못한 일이다.. -.-;; 급격히 내려간 온도 때문에 뷰파인더에 김이 생긴 것이다.. -_-;; 아무리 호~~호~~ 불어도 김은 사라지지 않았다.. 구도 잡기란 불가능이었다.. --; 그나마 렌즈에 김이 서리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천체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따뜻한 팩을 준비해서 김이 서리지 않게 렌즈를 감싸준다는데.. 이제 처음인터라 그걸 알았겠는가..! -.-;; 그저 릴리스 하나만 될 줄 알았는디... 게다가 뷰파인더 부분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는 잡광을 막고 한손으로는 릴리스, 또 다른 한손으로는 셔터개방시에 흔들림을 가려주기 위해 검은 종이로 막고 있고.. 암튼 두손으로 그걸 다하다보니 아주 우스꽝스런 모습이 되고 말았다.. -_-;;

‘이래서 천체사진 찍을 때는 여러사람이 함께 하라는 말이었구나...!!’

준비부족에 가로등 불빛으로 인하여 일주사진(15~30분 개방)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점성사진을 찍기로 했다. 점성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15초 정도 개방을 해야 별이 원형으로 보인다고 한다... (더 오래주면 일주 사진이 되어버리겠죠? ^^)

그렇게 한 10장 찍었을까..?

춥다... 너무 추웠다... -,.-;; 손도 얼어서 감각도 없고... 이거 이러다 사진찍다 얼어죽는다는 소리 나오게 생겼다. 결국 찍은 지 얼마 안되서 민박집에 돌아오게 됐다.
민박집에 다시 돌아오니 몸이 간지럽다.. (그.. 추운데 있다 따뜻한데 오면.. 생기는.. --;)

몸에 감기기운도 있고.. 해서 오늘은 그만 쉬기로 했다. 그래서 노트북을 꺼내서 오늘 있었던 일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

오늘은 첫날인 만큼 사건도 많았고 예상치 못한 일도 많았던 것 같았다..
오늘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일은 더욱 많은 것을 보리라는 각오를 하는 중이다.. ^_^

그리고 또 하나...

민박집 잡을 때는 반드시 TV가 있는 방으로.... -,.-;;
TV없으니까 정말 할일이 없음... 크흑..

다음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