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의 첫날.
이제 매번 방학 때마다 나가는 것이 관례화 되어 버린지라.. 처음 인도여행 때처럼 흥분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유럽’이라는 단어 하나가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는 오후 1시, 아침 비행기는 항상 시간에 쫓겨 힘들었는데 여유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큰 배낭 한 개와 카메라 가방 한 개. 겨울인데다 이번에는 특별히 카메라 장비도 많이 챙겨가느라 짐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짐이 적었다.
가져간 바지가 단 한 벌-_-에 후드점퍼 한벌, 셔츠 두 벌이 전부였기에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겨울여행은 땀을 덜 흘리기 때문에 오히려 여름보다 옷을 더 적게 가져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벌로 여행하려니
좀 더럽긴 하지만.. 뭐.. ㅎㅎㅎ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행 후에도 옷 상태가 그리 더럽진 않았다 ㅋㅋ)
비행시간 보다 2시간여 일찍 친숙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같이 가기로 한 후배 둘(기춘,성우)도 공항에 나와있었다.
티켓 발권하고.. 출국검사 하고..
드디어 출발!!!!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는 대략 12시간 정도 걸린다. 12시간을 쉬지 않고 타려면 여간 지루한 게 아니라서 내심
경유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생해 버릴 거 한번에 고생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고 긴 12시간의 비행.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이다.
도착하니 시간은 4시 반 정도 되어있었다. 12시간을 날아왔는데 다시 오후 4시라니.. -_-;
예전에 미국 여행 갔을 때도 경험했던 것이지만.. 이러면 상당히 피곤하다..
시간은 아직 저녁도 되기 전이지만 몸은 이미 새벽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 왔다는 흥분감 때문인지 그리 피곤한 기분이 들진 않았다.
다른 여행도 그렇지만, 특히!!! 유럽 여행은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여행오기 전 가이드북 두권과 인터넷에서 사전에 숙지해 둔 내용 덕분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는데.. 특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과 숙박편에서 정보는 진가를 발휘한다.
독일에는 여행자나 단체 승객을 위한 다양한 요금제가 마련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그룹티켓(GruppenTagesKarte)라는
것이다. 이 그룹티켓 한 장만 끊으면 5명까지 하루 종일 지하철, 버스, 트램(지상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0^
아무튼 그룹티켓을 한 장 끊고, 인포메이션 센터의 약간 이상 야리꼬릿한 소시지 발음(?) 영어 때문에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길을 물어 물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나중에 여행 막바지에는 자유자재로 이 기차를
타고 다녔으니 인간의 적응력이란.. ㅎㅎ)
시간은 이미 5시를 넘어 어둑어둑한 날씨에 비라도 한차례 뿌릴 듯 찌푸둥한 날씨, 가뜩이나 얼굴 윤곽 뚜렷한 독일사람들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온다.
May I help you?
우리 같은 어리버리한 여행자들을 많이 봐와서 일까..? 어벙하게 있는 우릴 보고 선뜻 도와주겠다고 말을 걸었지만
우리는 경계심 때문인지 애써 사양했다. 하지만 결국 물어볼 것이 있어 다가가 물어보니 정말 정말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독일인은 동양인에게 불친절 하다고.. (특히 남자)
항상 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그것도 우리에게 먼저 다가선 너무 친절한 아주머니 때문에
그 생각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것 뿐만 아니었다..
이후로도 만난 많은 독일인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는 모습을 보며.. 그 동안 내가 편견에 갇혀 있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공항열차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도착했다.
퇴근시간의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은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는 여자, 간단한 스넥바에 서서 빵을
먹고 있는 샐러리맨, 바쁘게 일하는 가판대 판매원들..
어딜 보나 우리 같은 여행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긴장해서였을까?)
마치 외계에서 날아온 다른 생물체들처럼.. 다른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여행을 많이 다닌다 해도.. 처음 도착한 곳은 항상 어리버리 해지기 마련인 듯 싶다.. 절대로 처음인척 하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여행자의 생리가 아닌지..
아무튼 이내 정신을 차리고.. 프랑크푸르트 공식 유스호스텔에 전화를 걸어 빈방을 확인하고 숙소로 이동했다.
‘프랑크푸르트’하면 떠오르는 거대한 도시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프랑크푸르트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도시다. 오죽하면
걸어서 다 볼 수 있다고 할 정도일까.. 지도상에서도 상당히 멀 것 같았던 숙소가 버스로는 매우 짧은 거리에 있었다.
공식 유스호스텔 (YugentHerrBerge)
유스호스텔 하면 다들 한번씩은 들어봄직 하지만, ‘유스 호스텔’의 원조가 바로 독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만큼 독일에서는 유스호스텔 시설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다. 보통 몇백 석의 침대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고,
식당부터 휴게실, 기타 편의 시설 등이 매우 잘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여행으로 유명한 나라들마다 각국의 특색있는
여행자 숙소가 있는 것 같은데 (인도의 게스트 하우스, 미국의 모텔이나 인(INN), 영국의 B&B 등..)
그 중에서도 독일의 유스호스텔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가격도 저렴하고.. 많은 여행자들이 유럽여행시에는 한인민박집을
찾는다던데.. 독일 여행이라면 유스호스텔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공식 유스에 체크인 하고 처음으로 누울 수 있었다. 이미 시간도 6~7시쯤 되었기 때문에 그냥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보러 다닐까.. 생각했지만 아직은 그리 피곤하지 않아서.. 시내를 더 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때..
그때.. 차라리 방에서 쉬었더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