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일 프랑크푸르트 여행리스트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누가 깨우는 소리가 난다..
후배인 성우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벌써 아침인가? -_-;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다.. 뭐지? -_-;;;;;;


후배 성우가 아침 아니냐고 물어본다..

저것이 미쳤나.. -_-;;;;;;

다들 시차적응이 덜 되서 그랬나 보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침 10시니까..
게다가 나 빼곤 둘 다 시계를 안가지고 왔으니 몇시인지도 모르지..

다시 자라고 하고 얼른 잠을 청했지만.. 언뜻 언뜻 들던 잠마저 달아나 버린 듯 하다.

완전 폐인모드.. OTL


그렇게 여행 둘째날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프랑크푸르트 시내 구경을 가기로 했으나..
막상 생각해 보니 어제 볼만한 건 다 본터라 뭘 봐야 할지 막막하다.

아무튼 일어났으니 아침을 먹어야지.

유스호스텔에선 뷔페식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지하층에 내려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처음 먹어보는 유럽식 식사인가.. -3- 킁킁


우욱.. 느끼하다.. -ㅠ-

여러 종류의 빵에.. 치즈, 채소, 소시지, 콘후레이크 등.. 정말 유럽스럽게 나왔다.. ㅎㅎ
아무튼 잠도 못 자고 피곤도 하고.. 음식도 느끼해서 빵 몇 조각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대충 준비를 마치고 나갈 준비!!

카메라를 잃어버렸지만 성우가 다행히 디카를 두 대 들고 와서.. 한 대를 빌리기로 했다. 컴팩트 카메라긴 하지만..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으니 다행!!

하지만 사진 찍고 나서 LCD 볼 때마다 좌절하는 건 200만 화소의 운명이려니.. ㅠ_ㅠ


숙소를 나서니 이내 눈보라가 몰아친다.. 굉장히 춥고.. 앞을 볼 수가 없을 정도다.

"아니! 그럼 여기 사람들은 이런 날씨에 어떻게 다닌단 말야?"

현지 사람들은 아예 꽁꽁 싸매고 다니더만.. 모자까지 깊게 눌러쓰고..
숙소에서 헤어젤이다 왁스다 열심히 발랐던 우리들 머리만 이미 눈범벅이 되어가고 있었다.

도저히 못참겠다 싶어.. 다시 숙소로 돌아가 우산을 가져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이 뚝 그친다 -_-*

원래 아침에만 눈이 내리는 건지..


우선 내일 프라하로 가야 하기 때문에 프라하 교통편을 예약해야 했다.
한국에서 미리 알아본 정보로는 프라하로 가는 기차편보다 국제버스가 훨씬 싸다고 해서 유로라인이라는 버스편을 예약했다. 기차역에 가서도 가격 비교 해봤는데.. 정말 2배 가량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유럽에선 유레일 패스 없이 다니긴 힘들 듯..

버스는 오늘 밤 11시에 중앙역에서 출발.
저녁까지 이곳에서 놀고 프라하로 가야 겠는데..


어디서 뭘 하고 놀지? -_-;; 벌써 다 봤는데..

우선 PC방에서 몸을 녹이기로 했다. PC방 이용이 처음이라 그런지 가격 저렴한 곳 찾느라 우왕 좌왕 끝에 1시간에 1.7유로(약 2000원)짜리 PC방에 들어갔다. 한국에 비하면 비싼거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미국이나 인도보다도 쌌던 것 같다. ㅎㅎㅎ 미국이야 말할 것도 없이 비쌌고.. 인도도 산간지방 들어가면 2000원은 훌쩍 넘었던 것 같으니..
아무튼 인터넷 중독자-_-인 나 혼자 인터넷 하고.. 후배들은 그냥 앉아서 쉬었다.


인터넷 끝내고 나왔는데.. 또 할 짓이 없다.. -_-;

"그래! 배도 고픈데 밥이나 먹자!"


어제의 악몽 때문에.. ㅠ_ㅠ 다시는 패스트푸드점에 안가기로 했으니..
만만한 게 길거리 음식 밖에 없었다.

지하도로 내려가보니 만만한 게*-_-* 보인다.
가판대를 세워두고 간단한 요기거리를 파는 상점이 많았는데..
단연 케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터키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우리도 케밥에 도전!!
참치 케밥을 사서 먹었는데..

다행히 먹을만 했다.. 역시 참치는 만국 공통 이구만.. ^^


그런데.. 여행 전에 세 명 모두 똑 같은 돈을 환전해 갔었는데..
음식 먹을 때 항상 마실 거리를 시키는 나와는 달리, 후배들은 돈을 잘 아꼈다. 이후로도 계속.. 그래서 난 항상 먹을 것과 커피 또는 음료수와 함께 먹었지만.. 후배들은 물 없이도 그냥 먹던데.. 나중에 그 작은 돈이 쌓이고 쌓여.. 엄청난 차이가 되는 것을 목격했다.. ㅠ_ㅠ
아무튼 돈을 절약하는 데에 있어서는 내 여행이 완전히 빵점 짜리였음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난 현지인들처럼 커피 한 잔 폼나게 마셔보고 싶었다고~~~ -0-
(이럴 땐 물가 싼 동남아시아가 그리웠다.. ㅠ_ㅠ)


이야기가 딴 길로 샜는데.. ^^;

음식을 먹고 나니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솟아났다.

"그래! 어제 갔던 뢰머 광장을 낮에 한 번 더 가보자~!!"
"낮에는 뭔가 다른 걸 볼 수 있을거야!!"


결론은 똑같았다…- _-;
역시 볼 것 없는 동네였다..



그리고 열심히 걸어서 갔던 괴테하우스.
독일의 대 문호 괴테의 생가를 복원해 놓은 곳이다.. 생각 외로 정말 잘해놨음!
원래 2차 세계대전 중에 절반 이상이 파괴되었지만 피나는 복원의 노력으로 5층짜리 괴테 생가와 내부 인테리어까지 완벽히 복구되어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의외로 유명한 곳인지 종종 한국사람도 볼 수 있었는데..
괴테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쿨럭 사실은 괴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별로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느끼는 듯한 표정으로.. 심오하게.. 가끔 헛기침도 해주면서 다 둘러봤다.
마지막엔 후배들 기다리면서 의자에 앉아서 잠도 잤고..


괴테하우스를 보고 나서 느꼈던 점은..

괴테네 집은 참 잘 살았었구나… (전혀 학문적이지 못하다) ^^; 라는 생각이었다.



괴테하우스에서 체력을 회복한 우리는 후배 성우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작센 하우센을 가기로 결정했다.
작센 하우센은 수공업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동네로, 번쩍번쩍한 프랑크푸르트 도심과는 달리 중세풍의 독일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 그만큼 지금은 서민들이 사는 곳으로 변했고.. 후배 성우는 그곳에 가면 왠지 수공업자들의 훌륭한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에 차 있는 것 같았다. (독일의 인사동 거리?)

아무튼, 물어 물어 찾아간 작센 하우센 거리는.. 정말 주택가였다 *-_-*

"아니! 이곳에 무슨 수공업자가 산단 말이냣!!"
아무리 외쳐봐도 어디 하나 수공예품 눈에 띄는 곳 없었고.. 다니는 사람마저 거의 없어서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기대에 차 있었던*-_-* 성우의 바램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세시간 가량을 데리고 다니며 확인시켜 줘야 했다.

"자.. 이제 더 이상 볼 것 없지?" -_-;;

프랑크푸르트가 작았길래 망정이지.. 뮌헨만큼 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
내심 나의 생각이 옳았다는 데 기분이 좋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이렇게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비참해 지기까지 했다.. -_-;

도대체 우리가 여기 왜 와있는 거야~~~ ㅠ0ㅠ


위에서 상당히 많이 다닌 것 같은데도.. 아직 시간이 많아 남아있었다.
역시 프랑크푸르트는 좁다 ㅋㅋ



마지막으로 프랑크푸르트를 떠나기 전에 악몽의 장소.. 차일 스트리트를 한번 더 가자!
어제는 날씨도 안좋고 해서.. 사람들이 없었을 테지만 왠지 오늘은 사람도 많고 쇼핑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연.. @.@
초저녁의 차일 스트리트는 넓찍한 종로거리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수많은 쇼핑몰들과 북적이는 사람들.. 길거리에 늘어서있는 간식거리들..(!!!)

좋다구나~ 싶어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녔다.


난 그때까지도 혹시 도둑놈이 내 가방 메고 다닐까봐 눈에 불을 켜고 있었고.. *.*
후배 기춘이는 '잇힝~' '아흥~' 이상한 소리를 내며 따라다녔다.
성우는 공항에서부터 사고 싶다던 시계를 본다며 스와치 매장을 기웃거렸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성우의 시계에 대한 집착은.. 여행 내내 계속됐다.. =_=)


열심히 다니니 이것저것 본 건 많은데..

뭔가 허전했다 -_-?


8시가 넘도록 저녁을 안먹고 다닌게야! -_-;;;;

이미 큰 일을 당한터라 더 이상 패스트푸드 점엔 정나미가 떨어져서 못가겠고..
물가 비싼 독일이라 레스토랑은 못가겠고..
길거리 음식점에서 먹자니 왠지 춥고.. 초라하고.. (핑계도 많구나!! -_-;)


(-_-;;) (-..-) ( -_-)a
두리번 두리번~

아 그래! 어제 본 중국 음식점이 있었지!!

한달 간의 중국배낭여행 동안 중국 매니아가 된 성우와 기춘이는..
중국 음식점에 대단한 갈망(?) 아니, 자부심 마저 가지고 있었다.

'중국음식점 = 배부르다' 의 공식이 머릿속에 있는걸까?


아무튼 어제 거리를 배회하다 지나쳤던 중국음식점에 들어가기로 했다.

가격만으로 본다면 그리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양 하나만큼은 엄청났다 -0-;
큰 접시에 치킨 볶음밥이 수북하게 쌓여 나왔다. (대박이다~~~~~~~!! -0-;;;)


거기다 미리 챙겨온 볶음 고추장을 발라먹으니 금상첨화 -_-v

스파게티를 먹다가 "순창아~~~"를 외친 차승원의 모습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푸훗 -ㅅ-


식당에 앉아있던 독일인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우릴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후줄근해 보이는 애들이 난데없이 들어와서 그 큰 볶음밥을 순식간에 먹어치웠으니..
(그것도 고추장까지 발라가며..)

조금 챙피했지만.. 배부른 것만큼 뿌듯한 게 없다..


그렇게 배를 채운 우리는 드디어 프랑크푸르트를 떠나게 되었다.

11시, 유로라인 버스로 프라하까지.. 유레일패스 가진 여행자들은 주로 기차로 가는 길을 우리는 버스로 가는 것이다. 왠지 독특하지 않아? =_=a


아무튼.. 이제 아름다운 프라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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