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작성한 일기로 대체합니다.. ^^
이틀간의 문제(?) 많았던 여행.. --;
완전히 지쳐버린 우리는 완벽한 준비와 함께 프라하 관광에 나섰으니..
그것은 바로 '완전 빈곤자 모드' -_- ....
주머니에 컴팩트 카메라 하나, 돈 20유로 지폐 한장, 국제 학생증만 넣고 숙소를 나섰다..
어찌 이보다 더 홀가분 할 수 있는가...!!
어떤 스님께서 말씀하신 '무소유'의 즐거움이 바로 이런경지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지하철 역에 들어서니..
기분이 한결 여유로왔다.. (간사하군.. -_-;)
어제 당한걸 생각하며.. 지하철 역 내부를 둘러보니.. 과연 이상한 녀석들이 한 두 녀석 눈에 띈다..
지하철 타는 것도 아니고.. 괜히 얼쩡거리는..
셋다 어찌나 빈곤해 보였는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기분은 좋았으나..
생각해 보니 완전 초라한 모습이잖아!! ㅠ0ㅠ
후배들은 내심 프라하에서 로맨스를 즐기고 싶어했으나..
역시.. 빈곤 모드에서 그런 일은 절대 NEVER 일어 나지 않았다.. ㅎㅎ
좋은건지 나쁜건지.. ㅡ_ㅡ;
오늘 프라하는 하루 종일 눈이 내렸다..
우리나라 처럼 한번 내렸다 하면 와~~~~~ 하고 오는게 아니라..
장마때 비오는 것처럼.. 하루 종일 추적 추적... 내린다..
그래서 잘 쌓이진 않고.. 사람들도 별로 개의치 않고 그냥 눈 맞고 다닌다.
눈 내리는 프라하는 평화롭다..
다시 중세 보헤미아 시대로 되돌아 간 것처럼..
특히 눈 내리는 카를교에서는 어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눈이 내리니 더욱 특별하게 기억 된다고 할까..
아마 다들 나같은 생각에서 다시 한번 찾아온 것 이겠지..
그래서 후배가 빌려준 카메라로.. 메모리 찰때까지 신나게 찍었다.. ^^
하루 종일 점심도 안먹으면서 프라하 시내를 돌아다녔다..
심지어는 버스나 트램도 한번 안타고 줄기차게 걸어다녔다..
아마 20킬로미터는 족히 걷지 않았을까..?
그리고 저녁엔 어느 조그마한 식당에 들어가서..
그 동안 용기를 내지 못했던 메인 디쉬도 시켜먹어보고..
체코가 자랑하는 맥주 '필스너'도 한 잔씩 마셨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탈 때는 어제 같은 일이 일어날까 꺼림직했지만..
다행히 오늘은 별일 없었다..
아니, 너무 빈곤했던 모습에 오히려 우리가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을 정도..;;;
다음에는 빈곤과 풍요 사이의 딱 절반 정도로만 조절하든지 해야지.. -_-;;
여행이 항상 오늘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동안 지쳤던 마음을 달랠 수 있던 하루였다..
내일은 오스트리아로 떠난다..
프라하가 정들려고 하니까 이젠 떠나야 한다..
정들면 떠나는 꼴이... 어찌나 사람 만나는 것과 닮은지..
아쉬움만 잔뜩 남기고 떠난다..
다음엔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프라하의 가장 유명한 카를교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동상이 있는데..
동상 아래의 조각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 진단다..
첫날 카를교를 지날 땐 다시 카메라를 되찾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고..
오늘 카를교를 지나면서는..
이 곳에 언젠가 다시 오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던 것 같다..
Goodbye Prag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