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포근한 아침이다.. ^^

여전히 춥긴 하지만.. 프라하에 처음 도착한 날 만큼 춥지는 않다.

전날 밤 민박집 거실에서 남편 따라 독일에서 사신다는 젊은 여자분과 밤 늦게까지 여행이야기를 했던 터라 다소 피곤했지만.. 기차시간에 늦을 까봐 어서 짐을 쌌다.

길진 않았지만 잠깐이나마 정들었던 민박집도 이젠 안녕! ㅠ_ㅠ)/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일요일이다..

어제 바츨라프 광장 주변의 중고 카메라 상점에서 점 찍어둔 카메라를 오늘 아침에 살려고 했는데..

일요일 인걸 깜빡 했던 것이다.. 어쩐지 어제 사람이 많더라니..

대충 계산해도 우리나라 카메라 가격보다 50만원 이상 싸게 살 수 있었는데.. 어제 그 자리에서 사버릴걸 그랬다..

아쉽!!! ㅠ_ㅠ

프라하 HOLESOVICE역에서 오스트리아 Wien SuedBahnhof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다.

다행히 어제 기차표와 좌석표를 예매해 둔 덕에 편하게 자리를 잡고 갈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유럽여행 와서 처음 기차를 타보게 됐다.

말로만 듣던 기차 유럽여행.. 이번에 우리는 여행일정을 짧게 잡은 터라 유레일 패스를 끊지 않았다. 얼추 계산해 보니 수 십만원 하는 유레일 패스를 사는 것보다 각국의 저렴한 패스와 교통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더 저렴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확인한 사실이지만.. 역시 나의 선택은 현명했다.. ^^v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무조건 유레일 패스만 끊지 말고 계획하는 여행에 따라 최적의 상품을 직접 골라 보시길…

확실히 저렴하다니깐요~! ^^

온통 눈이 쌓인 시골풍경을 지나 기차는 끝없이 달렸다..

일요일이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오스트리아->체코로 이동해서 인지 우리가 탄 열차는 한산하기만 했다.

비록 급행열차가 아니라서 여러 차례 멈추긴 하지만.. 4시간 정도 걸려서 빈에 도착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뤄질 때.. 이럴 땐 정말 뿌듯하다 ^^v

오후 3시쯤.. 예전에 인터넷에서 찾아놓은 숙소에 머물러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다가온다.

"학생들~ 근처에 저렴한 민박집 하고 있는데 와서들 묵어요~~" ^^

오.. 반가운 우리나라 말.. ㅠ_ㅠ

하지만 우린 이미 굳게 결심을 하지 않았던가.. -_-* 한국인 민박집에 가질 않겠다고..

옆을 보니 우리와 같은 기차를 탔던 몇몇 한국사람들도 모두 민박집에 가려는 듯한 분위기였다.

다들 느긋하게 픽업을 기다리고 있다… -_-;;

물론 한국인 민박집이 나쁜 건 아니다..

장점도 많다…

하지만 내가 느낀 한국인 민박집의 단점은 이러하다!!

1. 대부분 민박집 위치가 도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보통 도심지로부터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이유는 저렴한 집값과 주거지가 도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이게 어떨 때는 상당히 불편하다..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민박집 돌아갈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고.. -_-;; 도심 외곽인지라 어떤 곳은 위험하기 까지 하다!!
일례로 프라하에서 묵었던 민박집의 경우 도심지로부터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위치에 있었는데.. 지하철 종점까지 가는 그 길은.. 남자인 나도 두려울 정도..

2. 가격이 비싸다! 물론 우리말을 할 수 있다는 프리미엄 (-ㅅ-), 인터넷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인터넷 시설을 갖추기 위한 비용, 그리고 한식 및 간식 제공..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에겐 그것마저도 사치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시설 같은 경우 대부분 컴퓨터 1~2대 비치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 투숙객이 많을 경우.. 눈치 보여서 싸이 방명록 하나 남기기조차 민망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ㅠ_ㅠ (뒤에서 째려보면 민망 ㅠ_ㅠ)
실제로 몇몇 도시의 경우.. 한인 민박집 가격이.. 시내 중심지의 괜찮은 숙소 가격과 맞먹는 다는 사실..!!

3. 좀 더 버라이어티한 여행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할 수도 있다.. 아무리 영어로 외국사람들과 잘 논다 한들.. 우리말 한 끝 차이에서 오는 묘한 어감의 차이를 알 수 있을까..? (일례로 예전에 캄보디아 여행 갔을 때 한글이 그리워 밤 10시에 씨엠립 시내에서 한국사람 찾아서 방황했다는 전설이..)
물론 한국사람들과 신나게 왁자지껄 농담을 주고 받으며 외국을 접해보는 것도 괜찮다. 아니 정말 재밌는 여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끔 외국인들과 부대껴 보기도 하고.. 생김새도 많이 비슷한 일본, 중국 사람 만나서 이야기 해보는 것도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 매번 일어나리라는 법은 없지만.. 한번쯤 기대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행자 숙소라는 곳이다.. ^^

암튼 이야기가 길어졌다.. ^^;; ㅋ

더 이상은 한국인 숙소 No!!를 천명한 나의 외침 덕에.. 후배들은 아무 말 못하고 따라와야 만 했다. 특히 "아침마다 된장국을 먹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외치던 후배 성우마저도 아쉬운 눈물을 보이며 민박집 아저씨를 외면해야 했다.. (미안하다! 애들아!! ㅠ_ㅠ)

하*지*만…..

난생 처음 와본 나라, 난생 처음 밟아본 도시 한가운데서 조그마한 숙소 하나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ㅡ.ㅡ

내가 가지고 있던 단서는 오직 하나! 주소와 전화번호 뿐..

전화로 투숙 가능한 방이 있는 지 확인하고 지도 한 장 들고 찾아 나섰다.

어랏? 의외로 숙소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조차 감도 못 잡던 후배들은 내가 지도 한 장과 주소 만으로 조그마한 숙소를 찾아내는 것을 보며 나에게 별명을 붙여주었다..

'인간 네비게이션' -_-a

그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말도 안되게 쪼끄만 지도 가지고 위치를 찾다 보니 길 찾는 데 도사가 되어버린 것 같다.. ㅋㅋ (특히 인도에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후문이..)

'리히텐슈타이너'라는 호스텔은 지정 유스호스텔처럼 큰 곳은 아니지만..

소박한 인테리어와 깔끔한 내부가 맘에 드는 곳이었다. 특히 데스크의 안내 직원들의 친절함이란… 감동!!!!

3명이 묵을 수 있는 방,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휴게실, 깨끗한 부엌, 유럽 치고 빠른 인터넷 시설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가격 또한 최고!!! ^0^)/

게다가 위치가 중앙역 근처에 위치한지라.. 교통부터 쇼핑까지 모든 것이 편리한 곳이었다. 일정만 길다면 계속 묵고 싶었던 곳.. ^^ 민박집 안 가길 잘했다..

중앙역에서 간단하게 피자로 요기를 하고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다.

빈 시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무엇보다도 슈테판 성당이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자 마자 크기로 압도하는 슈테판 성당은 프라하의 성 비트 성당보다는 작지만 역시 엄청난 크기와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안에 들어가보니 일요일 미사를 한창 준비하고 있었다. 잠시 앉아서 쉬면서 기도 아닌 기도를 했다. 어머니 따라 어렸을 땐 성당에 다니긴 했지만 신자가 아니라서.. 대충 대충 기억나는 대로 읊었다.. 그 엄숙함과 분위기 만으로 저절로 기도하게 만들어 버리는 곳이었다.. 프라하의 성 비트 성당처럼 너무 상업화, 관광지화 되어 있지 않고 현지인 속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아서.. 비록 더 작지만 더 내실 있어 보였다.

빈의 중심거리는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주말 밤만 되면 미어 터질 것처럼 붐비는 우리네 다운타운과는 달리.. 이곳은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여행객들만 간간히 보이곤 했다. 며칠 전에 독일에 있을 때도 어두워지면 사람구경을 거의 할 수 없었는데.. 확실히 이 점은 우리나라와 다른 것 같다.

밤 문화를 즐길 줄도 모르다니!! -,.-

그러나.. 이 생각은 다음날 깨어지고 말았다.. (이건 내일 편에..)

아무튼, 그렇게 한산한 거리를 거닐며.. 사진도 찍고 닫힌 쇼윈도우 안도 들여다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숙소에 들어왔다.

많이 걸어서인지 약간 출출했는데 후배들이 라면을 끓여 먹자고 부추긴다.

이곳은 다른 숙소와 다르게 부엌이 갖춰져 있어서 직접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후배들과 음식 요리하기, 설거지 하기 트럼프를 하며 게임도 하고 라면도 끓여 먹었다..

항상 그랬지만, 외국에서 맛보는 라면은 정말 감동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먹을 때보다 10배는 맛있는 것 같다.. 특히 예전 인도에서처럼 오랫동안 먹질 못하면 더더욱..

그렇게 식사도 마치고.. 잠시 책 좀 보다가 잠을 청했다.

시간이 갈수록 여행이 여행다워지는 것을 느낀다..

2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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