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사이로 달리는 기차..
우리나라에서도 생각만 해도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이곳에서는 왜 그랬을까.. 이국적이라서 그럴까?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아름답다.
저 멀리 높은 산 아래턱까지 사람 발자욱 하나 나지 않은 눈덮인 벌판과 드문드문 들어서 있는 조그마한 마을,
또 어떤 곳은 다들 어깨에 눈 한덩이씩 짊어진 키 큰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도 나타난다.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항상 이곳에서만 살아서 별다른 감흥이 없다면.. 오히려 불행한 게 아닐까..
더이상 아름다운 곳이 몇군데 남아있지 않으니..
그렇게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짤즈부르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가 된 아름다운 도시로서, 모짜르트나 슈베르트와 같은 당대 음악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겨울이 된 지금은 어딜가나 쉬지 않고 눈이 내려서 겨울 스포츠의 천국이 된다.
우리가 짤즈부르크에 도착한 날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키용품을 짊어지고 역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부러움도 잠시, 우리는 시간관계상 짤즈부르크를 포기하고 할슈타트로 가야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할슈타트는 알프스 산 자락에 있는 조그만 휴양지로서 걸어서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그
주변의 다른 마을과 더불어 아름다운 경치로 인해 여행자들이나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려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난 곳이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장 기대가 됐던 곳도 바로 이 할슈타트 였고, 이곳을 위해 카메라를 그리도 바리 바리
싸왔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할슈타트에 가게 된 것이다..
조그마한 시골기차는 덜커덩거리며 가다 멈추다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알프스 산 자락으로 들어갔다.
"우와~!!!!"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온통 눈이 내리는 사이로 속살을 드러내 보인 알프스 산, 그리고 요동조차 하지 않는 검푸른 호수.
숨막힐 듯 아름답다..
시골기차는 몇차례 더 시골 간이역을 지나더니, 이윽고 할슈타트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내린사람은 우리 일행이 전부였다. -_-
겨울인데다 눈도 많이 내려서 아무도 올 엄두를 안냈었나 보다..
조그마한 할슈타트 기차역에 내리면 바로 밑에서 배 한척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마 할슈타트 역을 지나는
기차 시간에 맞춰 미리 와있는 듯 싶다.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할슈타트 마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육로로도
갈 수 있지만 배로 가는것이 편함 - 10분 정도)
세상에.. 그동안 얼마나 눈이 내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왠만한 길은 눈으로 막혀서 걷기조차 힘들었고, 지붕에 쌓인 눈은 걷어낼 수도 없을 정도로 높게 쌓여있었다.
정말 지붕에서 일어난 눈사태에 깔려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 ^^
"자~ 이제 숙소를 찾아볼까?"
몸은 점점 추워오고.. 금방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숙소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어쩌다 찾은 숙소들도 전부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 같으면 돈 번다고 아무리 준비 안되어 있어도 손님을 받을텐데..
쉬는날은 칼같이 지키는 게 미국이나 여기나 똑같다.. 먹고 살만하면 다 그런가.. (부럽다 : )
다행히 여행안내소에 갔다가 친절한 할머니를 만나서 숙소를 구하게 되었다.
성수기엔 그 가격에 꿈도 못꿨을.. 높은 언덕 위에 발코니와 테라스가 있고 방도 2개나 있는 넓찍한 숙소였다.
비수기엔 사람도 없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물가가 싸져서 여행하기 수월해진다..
날씨가 너무 추운데다 눈도 많이와서 돌아다니기가 힘든지라, 조금만 돌아다니고 이내 따뜻한 방안에 앉아 놀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부터 시작된 우리의 원카드 게임!!
게다가 오늘은 짤쯔부르크역에서 만난 한국 여행자 한명이 더 끼어 더욱 흥미진진하다.
(이 녀석은 영국에서 1년간 연수받고 한국오기 전에 유럽 여행 중이었는데, 후배 성우가 이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몇달 뒤에 아일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원카드 게임하면서 저녁식사 만들기 벌칙도 하고..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조금씩 돈을 걸면서 나름대로 박진감 있게
게임도 하고..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에 할슈타트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비록 눈이 많이 오는 바람에 다니기도 불편했고 많이 구경도 못했고 사진도 못찍었지만, 그리 문제되지 않았다.
단지 이 곳, 할슈타트에 와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언젠가 가보고 싶었던 이 곳에 와있다는 사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