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음.. 이게 몇시야.. @.@"
뮌헨에서의 숙소는 지금까지 너무 과소비를 한 관계로.. -_-;; 처음으로 도미토리에서 묵어보기로 했는데..
이게 단점이라면 너무(?) 푹 잘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항상 도미토리 안의 불을 꺼놓기 때문에.. 아침 시각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리 늦지 않은 시각임을 확인하고 아침 식사하러 레스토랑에 갔다.
그동안 아침은 잘 챙겨먹지 못했는데.. 여기선 쿠폰을 끊어서 뷔페식 아침을 먹을 수 있다.
말은 물론 뷔페식이지만.. 우리네 입맛과는 완전히 다른 음식들(빵, 치즈, 햄..)이라서 그리 많이 먹지는 못한다.
나야 뭐.. 이런 것들에도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기춘과 성우는 특히 괴로워 했던 것 같다. ㅎㅎ
그나마 다행인 건 과일이 많이 나와서 과일이라도 많이 먹을 수 있었다. : )
오늘은 할 일이 많다. 우선 우리가 여기 지원받아서 온 목적인 BMW 자동차 공장 견학이 저녁에 예약되어 있었고,
그 전까지는 독일 박물관에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에서 박물관을 숱하게 돌아본 터라..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건만... 않았건만..
"도대체 이게 다 뭐야!!" -0-;;;;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런 표현 쓰기가 참 미안하지만 우리나라 박물관과는.. 레벨이 달랐다.. ㅠ_ㅠ
미국 유타대학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의 엄청난 자료에 놀란 적이 있었지만.. 여기는 또 다르게 놀라게 만들었다.
쉽게 말하면.. 이곳의 기준은 무조건 '실물 전시' 였던 것이다.. -_-;
가령, 해양에 관련된 전시관이면 실제 배를 전시해 놨고.. 자동차에 관련된 전시관은 진짜 자동차와 각종
모터들을 수없이 전시해놨다..
컴퓨터관은 옛날 초기 진공관 컴퓨터까지, 아니 심지어는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그림조차 보지 못했던
최초의 기계식 컴퓨터 - 파스칼 계산기까지도 진품으로 볼 수 있었다.. (털썩..)
더욱 놀라운 것은..
전시관 중앙은 커다란 홀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다름아닌 진짜 비행기를 전시하기 위해서였다.. -_-
초기 비행기부터 시작해서 2차 세계대전의 비행기들.. 최신 여객기를 통째로 잘라서 전시해 놓기도 했으니
아이들이 박물관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대학을 졸업한 나도 전혀 몰랐던 여러 공학의 원리 등을 샘플과 함께 전시해
놓은 것을 보면.. 독일이 괜히 강대국이 된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왠만한 건 다 사진으로 대체해 놓은 우리나라 박물관들이 왜 이리 비교되는지.. ㅠ_ㅠ (특히 우리나라엔
이와 같이 문명이나 과학을 다루는 박물관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충격의 도가니 속에서 헤매던 중.. 어느새 기춘, 성우와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었고..
슬슬 BMW 자동차 공장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BMW 자동차 공장은 생각보다 뮌헨 중심지와 가까워서 의외였는데.. 고급차 시장의 선두주자라서 그런지 별로
공장같은 느낌도 나지 않고 조용하기만 했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
아무튼, 공장 견학은 저녁 7시부터 예약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공장 주위에 뭐가 있나 둘러보았다.
길 건너 커다란 타워를 비롯하여 경기장을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가만히 보니 2006년 여름에 열릴 월드컵
경기장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아.. 몇 달 후면 여기서 꿈의 경기들이 열릴텐데.. ㅠ_ㅠ (이때 16강 통과하게
해달라고 속으로 엄청 빌었는데..)
경기장 주변으로는 조그마한 산책로가 있었는데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눈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와서 계속
밖에 있기 힘들었다.. 어디 들어갈 곳 없나? 하고 둘러보던 중, 눈에 띈 것은 아담한 사이즈의 실내 경기장..
사람들이 들어가길래 우리도 따라 들어가보았다 ^^ (뭐하는 곳일까나?)
오.... -0-
여긴 실내 축구 경기장, 쉽게 말하면 '풋살'이라 불리는 실내 축구장이었다. 실내 경기장 안에 수많은 풋살코트가
있어서 자유롭게 풋살을 즐길 수 있었다.
그 규모와 편의시설도 놀랐지만 더욱 놀랐던 건 축구에 대한 열정..!
남녀 친구들끼리 모여서 풋살을 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온 가족이 나와서 즐기고.. 응원하고..
그렇게 축구가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는 정작 평소에 축구를 보지도 않다가 국가대표 경기가 있는 날만 되면 붉은 옷을 입고 나와
응원하고 있으니 이런 나라를 이기거나, 또는 이기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였다.
마치 우리나라가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다른 나라에 진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하는 것처럼..
(물론 공은 둥글지만 말이예요.. : )
그렇게 풋살하는 모습을 부러움 섞인 눈으로 보다가 시간이 다되어 다시 BMW 공장으로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BMW 공장 투어는 인터넷으로 한두달 전에 사전예약을 받기 때문에 처음에는 엄청나게 경쟁률도 높고
참가 인원도 많으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공장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은 우리를 포함해서 10여명 정도.. 그것도 우리가 예상했던 다양한
국적이 아니라 독일인들도 많이 있던 것처럼 보였다. (영어로 하다가도 가끔 독일어로 이야기 하더라는.. -_-)
그래도 오늘(목요일)은 분명이 영어로 진행하는 투어이기 때문에.. 다들 영어로 이야기 하고 다녔다..
다만 우리만 비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에..(독일인들 중에도 영어 잘하는 사람은 많다) 자세하게 듣는 데는
조금 애로사항이 있었다. 하하하 ^^;
공장 투어는 생각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의 수박 겉핥기식 공장투어
(물론 대규모라서 그랬겠지만..;;)와는 달리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애쓰고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투어 참가자들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곤 했다. 마냥 듣다가 잘 모르겠으면 그냥 넘어가는 우리랑은
조금 다른 모습.. 역시 선진국인가.. (부러우면 지는건데..ㅠ_ㅠ)
그리고 라인 깊숙히 들어가서 하나 하나 공정을 볼 때마다 처음보는 생소한 장면에 나도 모르게 놀라곤 했었는데,
특히 8개의 로봇팔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차체를 용접하는 곳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두시간의 다소 긴 투어였지만 정신없이 둘러보다 보니 2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BMW와
관련된 시청각 자료를 틀어주는 것으로 투어 견학을 마칠 수 있었다.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 버린 것 같기도 했지만, 숙소 레스토랑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마치 거대한 문화 충격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마어마 했던 독일 박물관과 각종 복지시설들.. 그리고 독일인 특유의 장인정신 등..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이래서 선진국으로 여행을 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던 밤이었다.
우리나라도 어서 더욱 발전하여 독일을 넘어설 수 있는 나라가 되길..
